본문으로 바로가기

김영하 작가님이 북클럽 선정도서를 공개하고 바로 다음날 남양주시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재빠르게 선점하려 했지만 더 빠르신 분들이 많았다.
한 군데를 제외하고는 전부 대출중이었고 그마저도 1권만 남아있어서 상호대차신청으로 대여했다.
추후에 2권을 빌려서 북클럽 라이브 이전에 겨우 다 읽을 수 있었다.
북클럽 열풍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두권으로 나뉜 원래 버전과 합쳐진 합본이 있는데 나는 선택권 없이 원래 버전으로 읽었다.

쥐1(아버지에게 맺혀 있는 피의 역사)
쥐2(여기서 나의 고난은 시작됐다)

홀로코스트 영화나 수기는 접한 적이 많았지만 만화는 처음이다.
무거운 주제이니 만큼 만화가 적합한 매체일 지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

만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도 있는 법.
홀로코스트를 만화적으로 표현했기에
나치를 고양이로, 유태인을 쥐로 지배관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MAUS

영화였다면 차마 눈뜨고 못봤을 핏빛 광경을 흑백그림으로 수위를 낮췄다.
활자보다는 더 사실적인 묘사로 하여금 독자들의 의식을 찔렀다.

홀로코스트에 관심이 많았을 시절
여러 매체를 통해 홀로코스트 역사를 접했었는데,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인 저자의 기억을 직접 끌어내고
헝가리 영화 『사울의 아들』 은 수용소 포로인 주인공 사울의 시선으로 영화를 이끈다.

『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가 자신의 내러티브를 직접 풀어나가지 않는다.

히틀러 치하 시대에 저자는 매우 어렸을 때이고 아우슈비츠를 직접 겪지도 않았다.
아우슈비츠 생존자는 저자가 아닌 저자의 아버지이고
아들인 아트 슈피겔만이 아버지인 블라덱 슈피겔만을 인터뷰한다.

아버지를 인터뷰하는 과정 전반을 책에 담았고
액자식 구성으로 아버지의 경험담을 풀어나간다.



"그 양반은 사람보다 물건에 더 애착을 느끼나 봐!"

-작품 속 블라덱의 부인 밀라의 대사-


저자는 세계대전과 수용소를 겪으며 비틀린 아버지를 날 것 그대로 담았다.
신체적인 장애는 물론이고 저장강박증이 있는 모습은 전쟁의 깊은 상흔을 드러낸다.
재화에 대해 강박적인 태도를 보이는 블라덱(아버지)은 아내는 물론 저자인 아들과도 갈등을 빚는다.
부인 밀라의 대사는 이를 단적으로 표현한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전쟁을 겪었다고 다 그런건 아냐!'


맞는 말이다.
저자도 이를 인지하고 있으며
블라덱을 '인종차별적인 늙은 구두쇠 유태인' 모습 있는 그대로 그리고 싶은 자신의 고뇌를 직접 말한다.
2권 후반에는 블라덱이 흑인을 차별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이는 유태인으로서 박해를 당했던 블라덱의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유태인이 절대선이 아니다.
다만, 히틀러 치하의 피해자이며
피해자도 한명의 인간일 뿐이다.

착하다. 피해사실에 소극적이다.
사회적으로 규정짓는 피해자의 이미지는
일종의 프레임으로써 폭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저자는 홀로코스트 피해자를 왜곡없이 그리고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 책이 문학상이 아니라 퓰리처상을 받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블라덱이 어떻게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존했을까.
궁금증이 들었다.

블라덱은 매우 똑똑하며 부유하고 평판도 좋은 편인 자산가였다.
초반에는 넘치는 돈으로 식량을 해결하고
꽤 여러번 기지와 인맥으로 목숨을 건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이 없었다면 죽었을 운명이다.

폴란드인의 가면을 쓰고 도망다닐 때는
거리의 모두가 감시자다.
나치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언제 누가 고발할지 모른다.
생존자는 그냥 운이 좋았던 것이다.


돈이 많았지만 만약 암거래로 구한 식량때문에 나치에게 잡혔다면?
똑똑하고 손기술이 좋은 숙련공이지만 기분파 나치장교가 총으로 쏴버렸다면?
...


가정을 하면 밑도 끝도 없다.
죽음으로 가는 쥐덫이 도처에 깔려 있다.

내 배경이 아무리 좋고 내가 아무리 열심히여도
아무나에게 아무렇게나 희생당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홀로코스트.. 아니, 전쟁의 가장 끔찍한 점이다.

제 2차세계대전을 그린 영화중에 『덩케르크』 가 떠오른다.
전쟁을 꾸민 자들은 따로 있는데
죄없는 소년병들이 죽어간다.
누가 어디서 폭격한건지 알 수도 없는 폭약들이 빗발치고
소년병들이 할 수 있는건 웅크리는 것 뿐이다.


인간과 개미같다.
인간은 개미 각자의 삶은 모른다. 그냥 죽인다.
개미는 자신이 인간의 그림자를 밟은지도 모른채 죽어간다.

반응형